롬복 #1 무작정 떠나보는거야
인도네시아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활동하던 2016년 7월의 어느 날,
르바란이란 긴 휴가를 맞아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그냥 갑자기 문득 롬복이 떠올라 검색을 해보기 시작했다.
구글 이미지를 훑어보다가 우연히 린자니 산 사진을 발견하고는
너무너무 가보고 싶단 생각에 바로 티켓부터 끊는다.
롬복에서 남들 다 가는 길리 뜨라왕안 말고 나는 린자니 산을 가야지!
가서 꼭 정상에서 사진을 찍어 와야지!
그렇게 린자니 산을 가겠다는 것 외 별다른 계획 없이 나의 무작정 롬복행은 시작된다.
보통 인도네시아 하면 발리를 많이 떠올리고 롬복은 조금 생소할 지도 모른다.
롬복은 발리 옆에 붙은 섬으로, 발리보다 상업적으로 덜 발달된 곳이라 보면 된다.
롬복은 세 개의 길리섬을 포함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인 길리 뜨라왕안은 스노클링이나 스쿠버다이빙 지로 꽤 알아준다.
tvn 프로그램인 윤식당 촬영도 했으니, 앞으로 한국에서도 좀 더 알려지지 않을까?
아무튼 린자니 산은 롬복 내 있는 활화산이고,
해발 3,726m로 인도네시아 화산들 중 3번째로 크고 2번째로 높은 산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제주도의 한라산이 대략 1,948m라니까
높이가 거의 한라산의 2배 가까이 정도라고 보면 된다.
제법 힘든 여정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도전해 보는 걸로!
롬복 도착 후, 공항버스를 타고(35,000루피아) 숙소로 이동했다.
발리는 우버 활동이 활발해서 교통수단 걱정이 없다던데, 롬복은 아니었다.
공항에서 번화가인 승기기로 이동하려면 공항버스가 가장 저렴하다.
그렇게 숙소로 와서 짐부터 풀고, 방에서 나와 숙소 직원에게 거리로 나갈 교통수단을 묻는데,
옆에 있던 한 녀석이 관심을 보인다.
그 녀석에게 50,000루피아에 하루 동안 오토바이 관광을 해주는 걸로 딜을 하고,뒷좌석으로 올라탔다.
좋아, 일단 바다로 가보자!
바닷바람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인지 뒷모습이 더 쓸쓸해 보이는 것 같다.
승기기 해변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다소곳한 척 앉아있는 나!
일일 가이드를 맡아준 녀석.
같은 곳에서 바라 본 뷰. 위에 구름이 뿅 있는 자그마한 섬이 바로 길리 뜨라왕안이다.
그러고 나서, 본론으로 돌아가기 위해 린자니 산 트레킹을 예약하러 승기기 거리로 나왔다.
보통 이 관련해서 숙소에 물어보면 숙소와 연계된 여행업체로 알려주게 마련이지만 추천하진 않겠다.
물론 돈이 아쉽지 않다면 상관없지만.
이 녀석도 내가 tourist information 데려가 달라고 했더니 어느 특정한 곳에 소개해주던데,
그곳에서 부른 2박 3일 코스 린자니 트래킹 비용은 2.6주따(2백6십만 루피아). 한화 220,000원 정도?
금액 듣곤 "응~ 알았어~" 하고 나와버렸다.
녀석한텐 "이따 한 시간쯤 후에 부를게~" 하곤 마이웨이,
주변의 다른 여행업체들을 돌아다니며 가격비교에 들어간다.
별거 없다. 승기기 거리에 널린 여행업체들 중 어디든 들어가서
2박 3일 린자니 트레킹 하고 싶다 하면 알아서들 설명해준다.
1박 코스, 2박 3일 코스, 4박 5일 코스 등 다양한데, 당연히 코스에 따라 가격 또한 다르다.
그중 내가 간 코스는 2박 3일 코스. 기본적으로 픽업, 숙식제공, 드롭 오프, 가이드&포터까진 같다.
거기에 식사메뉴, 디저트용 과일의 종류, 중간중간 가이드가 나눠주는 간식의 종류,
매트의 두께, 침낭이나 텐트의 상태 및 청결도 등
숙식의 질적 차이에 따른 옵션이 있으니 각자 원하는 걸 선택하면 된다.
거기에 플러스 알파로 알아두면 좋은 것은
등산복, 등산화, 우비, 랜턴(특히 중요!! 정상 등반 시 꼭 필요함) 등의 장비 제공 여부.
아무것도 제공해주지 않는 곳도 있고, 부분별로 대여해주는 곳도 있고, 모두 제공해주는 곳도 있다.
비슷한 비용으로 누구는 모두 제공받는데 누구는 추가 비용을 들여 구매해야 한다면 좀 애매해질 수 있으니,
애초에 계약할 때 잘 따져서 알아보는 게 좋다.
여행업체 측에서 얘기를 안 할 수도 있는데, 장비 제공 여부는 어떻게 되느냐? 먼저 물어보면
'어? 얘 뭐 좀 아나?' 하고 이것도 되고 저것도 해줄게 하곤 알아서 척척 챙겨줄 것이다.
그렇게 두 번째로 들른 곳에서 부른 비용이 1.6주따(1백6십만 루피아),
한번 더 가보자 하고 세 번째로 들른 곳에서 1.4주따(1백4십만 루피아).
비용도 비용인데, 세 번째로 들른 곳의 직원 벤은 날 보자마자 친근하게,
어서 와! 목마르지? 음료나 커피 뭐 마실래? 했다.
그냥 물이면 충분하다 했더니 잠시 기다리라더니 후다닥 뛰어나가 생수 한 병 사다 주는 게 아닌가.
인간관계는 형성되는 것도 깨지는 것도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는 법.
물론 설명도 친근하게 잘해주고, 장비들도 모두 대여 가능한 것도 맘에 들었지만
생수 한 병에 이미 나의 마음은 넘어가버린 지 오래였다.
여기다! 바로 계약하고, 벤이 주변에 저렴한 숙소도 소개해줘서 남은 기간 모두 거기서 묵게 된다.
이 후로도 벤은 롬복에서 지내는 동안 오가며 마주칠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고, 이동할 때 도와주고, 여행 정보들을 알려주곤 했는데
나중에 페이스북 친구 요청이 들어왔길래 친구가 되었다. 최근 연락해 봤더니
아직 거기서 일한다길래, 다음에 또 롬복 갈 계획 생기면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다음 날 새벽 다섯 시경 픽업차량이 도착하고, 그렇게 린자니산 트레킹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