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시 정각 세이프, 숙소에 돌아와 보니 이미 대기중인 야꼬짱이 웃으며 반긴다. 일단 로비로 나가 쇼파에 걸터 앉아 메뉴를 정하기로 한다. 뭘 먹어볼까? 언제나 메뉴정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게다가 일본인 특유의 속마음을 알 수 없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덕에 더 어렵게 느껴졌다. 이거먹을까? 하면 응! 저거먹을까? 하면 그래! 하는 야꼬짱.. 이대로라면 메뉴 정하는 데만 한시간 넘게 걸리겠어서 추진력을 발휘했다. 그래 그럼 첫 식사니 무난하게 치즈케이크팩토리로 가자! 파스타랑 치즈케이크 싫어하는 여자는 못봤으니까. 이동하면서부터 대기할 때 까지 우리는 각자의 하루를 브리핑했다. 그러고선 자리에 앉자마자 사진에 부연설명을 덧붙여 본격적으로 프레젠테이션에 들어갔다.

식전빵이 나오고, 셀피 짠!

 

야꼬짱의 Pasta Napolitana & 내가 주문한 Tuscan Chicken.

토스카나 치킨, 맛있었다! 치킨필렛에 토마토, 아스파라거스까지 팡팡 들어가니 간 조절만 조절한다면 다이어트식으로 딱 인듯. 야꼬짱은 오늘 하루종일 숙소를 알아보았지만 맘에 드는 곳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이 곳 숙박비가 만만찮기 때문에, 하루 빨리 남은 6개월 남짓 머물 거처를 구해야 할텐데.. 지인 하나 없는 땅에 와 혼자 집을 구하다니 대단하단 생각만 든다. 야꼬짱이나 나나 오늘 하루종일 많이 걸어서인지,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우리 어쩐지 입맛이 비슷한 것 같아!

 

첫 식사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는 길. 혹시 알코올 좋아해? 같이 한 잔 할까? 하고 바에 들러보지만, 무거운 분위기에 눌려 바로 '나갈까?' 눈빛교환 후 탈출에 성공한다. 우리 이런과는 아닌가봐, 허탈한 웃음과 함께 스벅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커피로 맞이하는 밤, 여태까지 가벼운 일상 얘기 정도만 나누었다면 이제는 신상을 파악해볼 차례. 재밌게도 우리는 공통점이 많았다. 우선 나이가 같았고, 언니가 있다는 것도 같았고, 좀 더 구체적으로는 6년 전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단 것과 첫 연애를 오래 했었단 것이 같았다. 깊어드는 밤과 함께 우리들의 대화 소재는 다양하게 번져갔다. 일 얘기, 사는 얘기, 사람 얘기, 자연스레 연애 얘기, 사랑 얘기, 인생 및 가치관 얘기.

세계 어느 곳이건 기본적으로 인간은 남과 여로 구분된다. 물론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겠지만, 각 성별과 나이대별 비슷한 감성이 있다고 보는데, 우리는 이게 좀 잘 맞았다. 완벽하지 않은 언어지만 소통하는 데 사전따윈 필요없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마음을 교감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두번 째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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