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흘러흘러 어느덧 결혼식 당일 아침. 결혼식은 해질무렵 해변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때까지 다시 자유시간을 가지는데, 눈 뜨자마자 뭐 먹을까 어디서 뭐하고 놀까 궁리부터 하는 나 였다.

출발~! 어제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아침식사를 했던 식당으로 다시 향했다.
멕시코모자쓰고 귀여운 직원이랑 한 컷, 언니 커플도 한 컷.
 
오믈렛, 비프 샌드위치, 크로아상 샌드위치, 나초, 엔칠라다까지!
 
전쟁치루듯 전투적으로 먹어치운 우리.

 

 
 
역시나 핫한 날씨!

 

골목 중간중간 깨알같이 자리한 꽃송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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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맡겨야해서 여기저기 물어보았지만 전날은 독립기념일이었는데다가 당일이 일요일이라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아서 쉽지않았다. 거리에 호텔로 들어가 내부 세탁기 사용도 문의해보았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빨래감을 그대로 들고 터덜터덜 걸어 돌아오는 우리.
돌아가는 길, 패들보드 발견해서 저거 타볼까?하는 언니와 그럼 나는 좀 쉴래!하는 나.
 
 
각자 자기의 니즈에 맞게 플레잉.
그러다 결국 남자친구도 불러다 함께 즐기는 언니.

저 앞에 낮아있는 아르헨티나 아가씨가 코코넛을 너무 맛있게 먹길래 나도 하나 주문했다! 다 마신 후 내부를 쪼개서 먹는 재미가 쏠쏠.

 

그렇게 놀고 숙소로 돌아왔더니, 온 가족들이 모두 풀에 나와 물놀이 중이었다. 해피아워여서 칵테일도 1+1이라, 모히또를 곁들인 2차 물놀이가 계속 되었다. 힘빠지게 놀고는 늦은 점심으로 스테이크! 우리 숙소 은근 다 맛있고 괜찮은 듯.
안먹는다고 해놓고는 와서 주섬주섬 주워먹는 나. 헤헤헤, 그렇게 이른오후까지 순탄하게 지나가고, D-day 결혼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낮잠 한숨자고 일어나보니 언니 남자친구는 상어고래투어를 마치고 돌아와 있었고, 그렇게 우리는 다시 외출준비에 나섰다. 점심 먹으러!

 

뭐 먹을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피자먹고싶다는 나의 주장으로, 피자집 입성. 여기도 오전 카페에서처럼 아르헨티나 사장님이었다. 오후 3~4시쯤 점심시간도 저녁시간도 아닌 애매한 때여서 그런지 어쩐지 조용했다.

아르헨티나에 대한 자부심이 물씬나게 꾸며놓은 내부.

우리는 랍스터 피자, 하와이안 피자 두 판과, 언니네 커플은 맥주 나는 모히또를 주문했다. 홀보쉬 왔으면 랍스터 피자에 모히또 정도는 먹어줘야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맥주병 완전 커! 신기해하고 있는 날 앞에 두고 둘이 뭐하는거지?

청량한 모히또나 마셔야지, 건배!

주문한 피자가 나오고, 이제 와구와구 먹을 일만 남았지! 말이 필요없다. 치즈가 입에서 사르르 녹고, 랍스터는 쫄깃하게 씹히고, 하와이안 향은 풍기고. 우리는 먹는 즐거움을 실컷 만끽했다.
배부르니 소화시킬 겸 바다 한 번 거닐어 주고.
독사진들
함께 찍은 사진들
하늘
다시 택시타고 숙소로...

해가 저물고, 결혼전야 파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가볍게 저녁 요기로 퀘사디아와 모히또 한 잔 하면서 같은 테이블의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싱싱한 모히또와 평타치는 퀘사디아. 맛있다.
결혼전야, 가족과 친지들을 위한 선물을 마련해두고 분주한 신랑신부.
쿠바 전통 다과들과 수제 손가방, 그리고 청첩장을 받았다. 이 때 센스있는 산드로와 사만다는 우리가 한국에서 챙겨온 전통문양 캐릭터가 있는 손톱깎기 및 믹스커피들도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어, 우리를 돋보이게 했다.
이제 신부를 위한 시간! 모든 남자들이 앞으로 나와 신부만을 위해 춤과 노래를 선사한다.
열창중인 산드로
일어나서 춤도 한 사위
 
신고있던 쪼리를 벗어들어 흔들며 호응하는 신부의 센스도 장난아니다.

너무 귀엽고 재밌는거 아니야? 보는 내내 빵빵 터진듯.

 

그러곤 이제 신랑을 위한 무대.

이번엔 모든 여자들이 나와 춤과 노래를 선사할 차례.

커몬~ 신부의 제안에 빼지않고 모르겠다 즐겨보자 유후!

 

한바탕 끝난 후, 밤바다를 보러 갔다. 바다로 향하는 길목엔 가로등 하나 없기에 의지할 데라곤 휴대폰 프레쉬 뿐이었다. 그렇게 어둠 속을 더듬어 다다른 바다는 형광빛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난생 처음보는 몽환적인 바다였다. 칠흑같은 어둠 속 형광빛이 맴도는 바다, 고개를 들면 셀 수 없을만큼 많은 별들이 우리를 내다보고 있었다. 살면서 제일 많은 별이 보이는 하늘이었다. 대략적으로 세어도 수백개는 되었는데, 밤하늘을 수놓은 별 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싶었다. 그냥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였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담겨지지 않았기에, 그 순간을 눈에 담아 가슴에 묻었다. 나중에 칠흑같은 어둠 속에 나 혼자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이 순간을 꺼내보아야지!

 

그렇게 한 동안 멍 때리고 서서 하늘과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당일이 멕시코 독립기념일이었어서 비바 멕시코를 외치러 다운타운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시각. 우리 흥부자들은 풀장에서 남은 하루 파티를 마저 즐겼고, 녹초가 된 나는 방으로 돌아와 잠을 즐겼다.

 

홀보쉬에서의 둘째 날 아침, 언니 남자친구는 새벽 일찍 친구들과 고래상어 투어를 나갔고, 나와 언니는 늦장을 부렸다. 여덟시 즈음 눈을 떴나... 배고프니 어디든 나가보자, 택시를 불러 타곤 시내쪽으로 향하는 우리.

어제 저녁에 봤던 곳이 낮에는 이렇게 생겼구나! 낮과 밤이 새롭다. 자 이제 식사하러 가볼까?

다운타운쪽 그 시각 오픈한 음식점에서 세트메뉴로 시킨 우리.

 

에피타이저로 나온 과일. 요거트에 그래놀라 팡팡 라떼에 설탕 팡팡.

언니는 오믈렛 나는 직원추천 바나나누텔라핫케이크, 같이 먹을 엔칠라다.
초콜릿을 녹여 만든 수제 누텔라, 진짜 맛있었다. 그리고 햄치즈오믈렛은 또띠아에 싸서 와구와구. 그냥 다 맛있다! 넘나 맛있다! 고수팡팡 엔칠라다는 바닥까지 싹싹 긁어서 먹었다.
 
식후 소화시킬 겸 여기저기 거리와 매장 구경하다가
아르헨티나에서 온 사장님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하고. 영어로 소통이 잘 되지 않아서, 화장실 어디냐고 묻는데 메뉴 설명해주고 음음 주문하는데도 메뉴가 다양해서 조금 버거웠다. 사장님이 자기가 영어를 못한다며 되게 미안해하였다. 괜찮아요, 나도 잘 못하는걸!
돌아오는 길, 귀여운 벽화들.
홀보쉬의 택시는 트랙커, 비가 왔어서 저렇게 홍수난 듯이 물이 고여있다.

근사한 나무터널을 지나 숙소로 돌아온 우리.

여기 가족들은 풀장에서 한창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

뜨거운 햇볕에 피곤했던게야, 바로 꿀잠모드로 돌입...

 

 

칸쿤에서 셋째 날 금요일, 오전 중 이곳 숙소를 나와 결혼식이 열릴 섬으로 들어가서 월요일은 돼야 다시 칸쿤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오늘도 일찍 눈 뜬 나는, 나갈 채비를 해 놓고 산책을 나가본다.

구름이 유화 느낌 나는 사진. 시시각각 새로운 칸쿤의 바다는 이 날 아침 유난히도 아름다웠다.
해와 달의 공존을 담고 싶었어.

 

 

여기 숙소 상당히 만족스러웠어, 수영장이랑 바다 모두 너무너무 좋았어! 그렇게 짧은 산책을 마치고, 숙소 앞까지 픽업 나온 산드로와 만났다. 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을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우리는 산드로가 렌트해 온 대형 벤을 타고, 다른 식구들을 태우러 함께 움직였다. 출동!

 

 

 

산드로네 가족들부터 만났다. 쿠바에서 온 아버지와 조부모, 산드로로부터 little strawberry라 불리는 고딩 남동생, 그 외 아버지의 새 와이프와 친지분들. 우린 스페인어를 모르기에, 모든 말에 미소로 화답했다.

한국인들 아침이라고 커피 마시고 싶다 했더니, 산드로가 주유소 내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다 주었다. 편의점 커피라 별 기대 안 했는데 웬걸, 한 모금 들어가자마자 우리 셋 다 우와! 맛있어! 이거 뭐야? 했다. 그냥 카푸치노라는데, 한국 자판기 우유에 커피탄 느낌? 굉장히 부드럽고 분유 맛 나면서도 살찔 거 같은데도 거부감 안 들게 맛있었다. 흡족해하는 우리 모습에 산드로도 흡족한 미소를 띠었다.

홀보쉬로 가려면 칸쿤에서 차량으로 세 시간가량 이동 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갈 길이 멀다.
 
배를 타고 15~20분 정도 들어가면 홀보쉬 도착!
 

내려서는 숙소행 택시를 타려고 한참 기다리고...

 

 

 

 

저기 안쪽에 위치한 우리들의 숙소로 무사히 도착!

 

 

 

 
숙소 내 레스토랑에서 산드로네 가족들과 함께 점심부터 먹었다. 인원이 제법 되다 보니 당연히 음식이 나오는 데까지 시간이 제법 걸렸지만, 그 누구도 짜증 한 번 내거나 인상 한 번 찌푸리는 법이 없이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산드로는 선착장까지 우리를 데려다주고 사만다의 가족을 챙기러 다시 나갔기 때문에 자리에 함께 하지 않았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 속에서 언어의 장벽에 막혀 어색해 하는 우리에게, 스페인에서 온 산드로 사촌 마라는 영어로 통역도 해주고, 쿠바와 스페인 문화 및 특징에 대해 설명도 해주며 세세하게 잘 챙겨주었다.

 

 

 

맛있게 식사를 잘 마치고, 언니와 나는 시내를 한 번 거닐어보기로 하고 언니 남자친구는 방에서 좀 쉬기로 했다.

분위기 좋아 보이는 나무로 된 바로 들어가 일단 맥주부터 한 병씩 주문.
그러다 응? 저 뒤에 아저씨가 마시는 거 뭐야? 맛있겠다, 저도 저걸로 주세요~ 해서 칵테일 한 잔 씩 더!
음음 맛있어. 알코올이 들어가면서 잘 하지 않는 고민 상담도 좀 하고, 서로에 대한 속내도 좀 털어놓고.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의 말처럼, 그런 시간을 우리는 보냈다.
한국에서 챙겨 온 소품 활용해 사진 좀 잘 찍어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어렵네.
에잇 몰라몰라, 해도 좀 졌으니 이제 슬슬 걸어서 돌아가 보자.

 

숙소로 왔더니, 사만다도 이미 도착해서 우릴 반겨준다.
산드로 어머니와 사만다. 일단 꺅 언제 왔어? 반가워! 사진부터 찍는 우리.

 

해가 저물자 우리의 흥부자 쿠바 친구들의 파티를 시작했다.

오늘도 내내 차 타고 배 타고 대기 타고, 알코올까지 덤으로 섭취한 나는 잠시 휴식을 청하기로 했다.

 

자리에 누운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방에 들러 인사를 돌리는 산드로와 사만다 덕에 다시 일어났다.

한국에서 가져온 이런저런 선물들을 챙겨주고, 소주를 전파했다.

흥부자 쿠바 커플 산드로와 사만다의 격한 리액션에 나도 에너지를 받아 다시 살아났다! 나가볼까 파티 현장으로?

 

코리안 테킬라라며 잔을 들고 온 가족들에게 소주를 권하는 사만다.
모두 굳굳을 외친다. 이 정도면 우리 소주 홍보 대사감이다!
우리방 앞 개냥이.
중간에 나와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나.
아까 이뻐해 준 개냥이가 어느새 내 앞에 들이누워 자리 잡는다. 응? 같이 있어주는 거야?
얜 또 새로운 애. 얘도 귀엽다. 여기 애들은 어찌 다 강아지스러울까.
통화하면서 주변 돌다가 본 다른 숙소.
돌아왔더니 우리 방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녀석. 귀여워라. 아직까지도 풀장에 다른 가족들은 모두 놀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찾아온 밤, 홀보쉬에서의 첫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이 날, 스냅사진 촬영 예약을 해 둔 터라 갑자기 쏟아지는 비가 영 달갑지 않았다. 다음 날이면 아침부터 홀보쉬(Holbox) 섬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해당 일 아니면 촬영이 불가능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맘 졸여가며 창문 주변을 서성였는데, 하늘이 도운 것일까? 비가 그쳐간다.

날이 흐린 게 좀 걸리긴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비 때문에 사진 못 찍고 가는 것보다야 훨씬 나아 후딱 준비했다.

1차 촬영 나가볼까?

칸쿤 스냅사진은 신혼부부들이 신혼여행 와서 신청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언니네 커플은 웨딩사진으로도 써볼까 하는 생각으로 신청했고, 그러면서 추가 비용 조금 더 내고 내 개인 사진도 부탁했다. 그렇게 포토그래퍼님을 만났고 일단 숙소 바로 앞에 위치한 큰 몰 주변에서 촬영이 들어갔다. 스냅사진 촬영은 처음이라 "두 분 손잡고 걸어와보세요", "신부님, 신랑님께 조금 더 기대보세요"하는데 어쩐지 오글거리고 어색하기만 하다. 호칭 때문에 더 그런가? 모델은 아무나 함부로 하는 게 아닌가 보다.

간간이 셀카도 찍어주면서 즐겁게 촬영해보아요.

아무래도 커플 사진이 메인이다 보니,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 구경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옆에서 구경하면서 열정적인 포토그래퍼님도 함 찍어보고.

 

번쩍 들어올려져 포즈 취해보지만, 바로 으악.

 

달달하면서도 거칠게, 반전 매력의 우리 언니. 그렇게 1차 커플 촬영을 마친 후 드디어 나의 차례가 되었다!

저 점프샷 찍고 싶어요!!!

 

 

도약, 공중부양, 착지! 3단 변화.

 

언니 커플 촬영 내내 졸졸 따라다니며 폰으로 찍고 셀카 찍는 날 보셨던 포토그래퍼님은 언니분이랑 아까처럼 셀카 한번 찍어보세요~ 하신다. 그런 거야 자신 있지, 스마일! 브이! 바다 촬영은 여기까지 하고, 자리를 옮겼다.
또 옷 갈아입고 나왔다.

찍어줄게 포즈 취해봐 했더니 응? 얍! 뭔데 싫으나, 표정 왜 그러는데?

계속되는 촬영에 적응하여 신난 나와 언니와 달리, 언니 남자친구는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는 걸 말이다.

결국 "둘이 서 봐, 내가 찍어줄게" 하는 언니 남자친구.

 

부모님께 보여드릴 용으로 자매애 뿜뿜 사진도 좀 찍어주고.

 

주머니에 손 넣어보세요... 조금은 식상한 포즈 요구에 응? 으악! 어색해!!

여기까지, 스냅사진 촬영은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 고생한 결과물 일부.

 

 

피곤에 절어서 돌아오는 길 알코올 숍에 들러 보드카 몇 병 사고, 근처 도미노피자에도 들러 멕시칸 피자 콤보로 하나 사가지곤 숙소로 돌아왔다.

 

할라피뇨가 팡팡 들어간 요 피자, 치즈 크러스트로 치즈 뿜뿜 했는데 진짜 딱 멕시칸스러운 맛, 너무너무 맛있었다! 또 먹고 싶네..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칸쿤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시간을 꽉꽉 채워 쓴 듯, 아주 긴 하루였다. 다음 날이면 드디어 홀보쉬로 간다! 부푼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얼리버드인 나는 아침이 되자 눈이 번쩍 떠졌다. 언니네 커플은 아직 한밤중이다. 배가 고파 어젯밤 편의점에서 사온 과자를 주섬주섬 먹으며 거실 테라스로 나갔다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와~ 진짜 예뻐!

아침 산책각이다. 바다로 한 번 나가볼까?

 

 
 
팅팅 부은 얼굴로 거센 바다 바람맞으며 맨발로 모래사장을 거닐어보고
 
 
바다생물이다, 갈매기야 안녕~

너~무 좋다 칸쿤! 공기도 바다도 하늘도 정말 예뻐! 상쾌하게 아침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아직도 자고 있는 언니 커플... 혼자 짐 꾸리고 운동도 하고 샤워까지 하고 나니 슬금슬금 기어 나와서 일찍 일어났네? 한다.

 

칸쿤의 아침 햇살, 눈부시구나!

아침식사하러 나가려는데, 그 사이 바다색이 변해있었다.

신남 신남이 표정에 그대로 묻어난다. 오예 밥 먹으러 가자!

 

날 밝으니 마냥 신남, 밥 먹으러 가는 길은 더 신남, 근데 너무 뜨거움.
가는 길에 만난 재밌는 표지판들. "여기서 수영해도 돼요!" "여기에 휴지통 있어요!"라는 뜻일까?
이른 시각이라 문 연 곳이 마땅히 없어서 자니로켓으로.

 

애피타이저부터 먹어보자!

메뉴 다 나오고, 본격적인 먹방 시작! 여기 빵이 우유맛 나는데 굉장히 맛있었다. 좋아좋아 다 먹어주게쓰~

배부르게 먹고 돌아오는 길, 멋있는 차도 한 컷 찍어보고.

숙소로 돌아와서 좀 쉬나 싶더니,

곧 옷 갈아입고, 수영하러 출동!

숙소 내 수영장 요렇게 되어있는데, 바로 앞에 바다로 이어진다.

베드에 누워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보이는 뷰. 포카리스웨트 한 잔 마셔줘야 할 것 같다. 기분 좋은 블루블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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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에 누워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보이는 뷰. 날씨가 환상적이었다!

 

 

수영장 물도 짱 깨끗하고 맑아서,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마냥 행복해.

 
바다는 이런 느낌. 크리스탈클리어, 맑고 투명한 바닷물.

 

그러나 알 수가 없는 칸쿤의 날씨. 물놀이가 끝나고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먹구름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곧 폭우가 내리기 시작한다...

 

 

2017년 오월 어느 날, 봄 타는 언니 남자친구가 월차 쓰고 제주도를 가서 템플스테이를 하다가 한 쿠바 커플인 산드로&사만다를 친구로 사귀어왔다. 서울로 와서도 언니 커플과 함께 나도 같이 두어 번 만나 어울렸었는데, 그 시간들이 그들에게 꽤나 즐거웠나 보다. 돌아가기 전날 갑자기 깜짝 선언할 게 있다며 결혼식에 우리들을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실은 제주도에서 청혼을 했고, 남은 기간 한국에서 여행을 하면서 결혼하기로 결정했고, 어디에서 식을 올릴지까지 다 생각해뒀다는 거다.

그곳은 바로 멕시코의 제주도, 홀보쉬(Holbox). 쿠바에 사는 가족들과 미국에 사는 본인들 및 지인들이 모두 모일 수 있는 곳은 쿠바도 미국도 아닌 가운데 위치한 멕시코였기 때문이다. 멕시코? 게다가 홀보쉬라는 곳은 너무나도 생소했다. 게다가 섬에서 3박 4일간 파티를 벌인다니 흥미로운 결혼 문화에 우리의 호기심은 더 커졌고, 신난 그들이 보여주는 사진들을 보고는 "여긴 가야겠는데?" 하고 이미 티켓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어쩌다 멕시코로 떠나게 되었다!

 

9월 중순, 대망의 떠나는 날. 언니 커플과 다른 티켓을 끊은 나는 혼자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뿅! 장시간 비행에 시간 때우기로는 역시 그림 그리는 것 만한 게 없다. 10~13시간가량 흐르고 미국 달라스에 도착. 우선, 스벅에 들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초코칩 머핀에 집에서 챙겨온 단백질 바를 곁들어 허기진 배부터 채워본다.

얼마 안 있어서 바로 다시 이어지는 비행. 가자 칸쿤으로!

 

들어오면서 기장실 구경 한 번 해주고.

스웩 넘치게 경광봉을 흔들며 스텝을 밟는 요원도 한 번 그려주다 보니 칸쿤에는 금방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언니 커플도 바로 찾았고, 우리는 예약해둔 셔틀 벤을 이용해 숙소까지 순조롭게 이동했다.

언니 커플과 칸쿤에서의 재회! 여기서 보니 새롭네, 반가워! 안녕 안녕!

 

숙소는 아파트형인데, 들어가면 바로 부엌과 거실, 화장실이 있고 우측 계단을 내려가면 안방 및 작은방, 샤워실이 있다. 지하로 나 있는 복층이라니 재밌는 구조다. 대강 짐을 내려놓곤 생수랑 간식거리 좀 사러 나섰다.

 

마침 숙소 근처 멕시칸 포차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구글맵에도 뜨는 맛집! 좋았어 멕시코 온 첫날부터 멕시칸 음식 한 번 먹어볼까? 타코와 맥주다. 모든 타코류가 칠, 팔백 원에서 천원 초반 대고 맥주도 저렴한 편. 멕시코 페소가 없었는데, US 달러로 내면 각 가게마다 측정되어 있는 환율로 계산하여 페소로 거슬러준다. 새로운 화폐에 빨리 적응해야지.

우리는 그렇게 조촐한 첫날 기념 파티 벌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벽에 접어들었다. 장시간 비행에 피곤했던 우리는 깜깜한 칸쿤의 밤에 파묻혀들었다...

 

 

오전 비행기라, 이른 시각 나갈 채비를 마친다. 일단, 언니가 부탁한 스타벅스 시그니쳐 머그컵 하나 사오고는, 호스텔 직원 패트릭에게 부탁해 우버를 부탁했다. 내 폰을 못쓰니까 너꺼로 좀 불러주려무나, 현금으로 너에게 줄게, 오케이 딜! 그러곤 기재된 금액만 받으려는 걸 반올림해서 넉넉하게 챙겨 주었다. 이제 공항으로 가볼까?

 

패트릭 덕분에 만난 우버 기사 알로아는 동양계 미국인이었는데, 샌프란시스코 주민으로 주위 다른 미서부지역과 다른 샌프란시스코에 대해 상당한 애정을 품고 있었다. 제법 괜찮은 대화가였던 알로아는 각 국의 생활 이야기로 시작해, 내게서 자연스레 인도네시아에서의 일 이야기를 풀어내게 만들었다. 일에 대한 흥미도 없고 왜 해야하는 지도 모르겠으며 내 의지나 생각없이 지내고 있다, 그 곳에서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에 현재 6개월째 긴 휴가 중이다, 그러던 중 어쩌다 친척 일 도우러 미국에 왔다가 이렇게 여행을 하고 돌아가는 길이다 하고 말이다. 한 걸음 떨어져서 보면 뻔히 보이는 답을 두고 당시의 나는 우울함을 늘 안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런 나의 이야기를 알로아는 진지하게 경청하여 주었고, 내 인생이니 내가 중요하다고 했다. 싫으면 하지 말아라! 가지 마라! 간단한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 나의 대답은 그럴 수 없다 였다. 현재, 결과적으론 그렇게 되었지만. 그러곤 모든 것이 술술 풀렸지만 말이다. 신기하다.

여하튼,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공항까지 가는 20여 분간 지난 3년을 돌이켜 보게한 알로아와의 대화는 좋았다. 무사히 공항에 도착 후 포옹 후 서로를 응원했다.

 

그렇게 공항에서 짐도 한 번에 부쳐버리고, 허기진 배를 채우러 출동.

잘 익은 아보카도에 사워크림 곁들인 멕시칸스타일 오믈렛 핑크 레몬에이드. 미국에서 왠만한 음식들이 다 맛은 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1/3정도 밖에 못 먹고 다 남기는 게 함정. 그렇게 배를 든든히 채우고, 폴과 통화도 하고, 비행기 탑승!

 

혼자일 때보다야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참 의미있단 걸 느낀 지난 한 달 이었다. 출국날부터 느낌적인 느낌이 좋았었는데, 그 느낌 그대로 이렇게 귀국날까지 이어진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니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 같다. 스쳐지나간 사람들도 다 좋았고, 마지막까지 좋은 기억만 가득한 여행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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