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한숨자고 일어나보니 언니 남자친구는 상어고래투어를 마치고 돌아와 있었고, 그렇게 우리는 다시 외출준비에 나섰다. 점심 먹으러!
뭐 먹을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피자먹고싶다는 나의 주장으로, 피자집 입성. 여기도 오전 카페에서처럼 아르헨티나 사장님이었다. 오후 3~4시쯤 점심시간도 저녁시간도 아닌 애매한 때여서 그런지 어쩐지 조용했다.
아르헨티나에 대한 자부심이 물씬나게 꾸며놓은 내부.
우리는 랍스터 피자, 하와이안 피자 두 판과, 언니네 커플은 맥주 나는 모히또를 주문했다. 홀보쉬 왔으면 랍스터 피자에 모히또 정도는 먹어줘야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맥주병 완전 커! 신기해하고 있는 날 앞에 두고 둘이 뭐하는거지?
주문한 피자가 나오고, 이제 와구와구 먹을 일만 남았지! 말이 필요없다. 치즈가 입에서 사르르 녹고, 랍스터는 쫄깃하게 씹히고, 하와이안 향은 풍기고. 우리는 먹는 즐거움을 실컷 만끽했다.
배부르니 소화시킬 겸 바다 한 번 거닐어 주고.
해가 저물고, 결혼전야 파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가볍게 저녁 요기로 퀘사디아와 모히또 한 잔 하면서 같은 테이블의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결혼전야, 가족과 친지들을 위한 선물을 마련해두고 분주한 신랑신부.
쿠바 전통 다과들과 수제 손가방, 그리고 청첩장을 받았다. 이 때 센스있는 산드로와 사만다는 우리가 한국에서 챙겨온 전통문양 캐릭터가 있는 손톱깎기 및 믹스커피들도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어, 우리를 돋보이게 했다.
이제 신부를 위한 시간! 모든 남자들이 앞으로 나와 신부만을 위해 춤과 노래를 선사한다.
신고있던 쪼리를 벗어들어 흔들며 호응하는 신부의 센스도 장난아니다.
너무 귀엽고 재밌는거 아니야? 보는 내내 빵빵 터진듯.
그러곤 이제 신랑을 위한 무대.
이번엔 모든 여자들이 나와 춤과 노래를 선사할 차례.
커몬~ 신부의 제안에 빼지않고 모르겠다 즐겨보자 유후!
한바탕 끝난 후, 밤바다를 보러 갔다. 바다로 향하는 길목엔 가로등 하나 없기에 의지할 데라곤 휴대폰 프레쉬 뿐이었다. 그렇게 어둠 속을 더듬어 다다른 바다는 형광빛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난생 처음보는 몽환적인 바다였다. 칠흑같은 어둠 속 형광빛이 맴도는 바다, 고개를 들면 셀 수 없을만큼 많은 별들이 우리를 내다보고 있었다. 살면서 제일 많은 별이 보이는 하늘이었다. 대략적으로 세어도 수백개는 되었는데, 밤하늘을 수놓은 별 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싶었다. 그냥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였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담겨지지 않았기에, 그 순간을 눈에 담아 가슴에 묻었다. 나중에 칠흑같은 어둠 속에 나 혼자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이 순간을 꺼내보아야지!
그렇게 한 동안 멍 때리고 서서 하늘과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당일이 멕시코 독립기념일이었어서 비바 멕시코를 외치러 다운타운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시각. 우리 흥부자들은 풀장에서 남은 하루 파티를 마저 즐겼고, 녹초가 된 나는 방으로 돌아와 잠을 즐겼다.